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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이해가 되는 영화들이 참 많다.

더불어 그 시대의 어떤 재미적인 일보다는 대개는 무겁고, 억울했던...소재들의 영화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1970~8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불합리적이고 조선 말, 일제 강점기보다도 못한 삶의 애환이 가득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검정 고무신이나 발전하는 역동적인 모습보다는 억눌리고 탄압받던...모두가 서럽고 억울했던 그 시대의 또 다른 이야기.

 

 

※ 본 포스팅에 사용 된 이미지는 영화 "나의 독재자"사이트 이미지입니다.

 

 

 

 

 

굉장히 망설이게 했던 영화 < 나의 독재자 >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의 조합이라...왠지 재미있는 휴먼 코미디를 살짝 연상케도 하는 이 조합.

하지만 상당히 시청을 망설이게도 하는 소재였다. 보통 "김일성"을 소재로 했다는 건 두 가지의 방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완전 말도 안되는 유치찬란 코미디거나 또 하나는 어떤 분단 비극의 아픔이 어느 가정이나 개인에게 큰 상처를 주거나 말이다.

웃음이냐, 눈물이냐는 놓고 갈등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김일성"(북한) 소재인 것이다.

일단 포스터만 보면 어느 정도 코미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관람을 클릭해보았다.

 

 

 

 

 

만년 극단 말단 조연 인생 성근(설경구)은 늘 가족에게 미안하다.

대사 몇 마디없는 행인1,2,3 전담인 그는 아들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떳떳한 배우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단 배우들 중 고참이지만 늘 허드렛일과 볼품없는 단역만이 그의 필모그래피의 전부이다.

 

그러다 찾아 온 단 한번의 기회!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 하게 된 것.

배우 경력만 수 십년. 처음 찾아 온 기회에 들뜬 성근은 가족은 물론 평소 동네 지인들을 모두 공연에 초대한다.

하지만 첫 공연, 비중있는 배역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대사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공연은 망치게 되고...공연 제작자에게 나가라는 말을 듣게 된 성근.

 

하지만 그를 찾아 온 허교수.(이병준)

성근은 꼭 찾아오라는 말에 허교수가 말해 준 오디션 장으로 향한다.

 

 

 

" 진짜같은 김일성이 되어 봅시다. "

 

 

 

알 수 없는 오디션에 합격한 성근은 눈을 가린 채, 다른 합격자들과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리고 군인들에게 이유없이 집단 구타를 당하고 며칠간 혹독한 고문에 시달린다. 얼른 불으라는 고문관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성근이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결국 성근은 "아내가 죽는 마당에도 연극을 한다고 했다며 무능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순간 찾아 온 오계장(윤제문)은 오디션 합격이라며 성근이 해야 할 배역에 대해 설명을 한다.

성근이 해야 할 역할은 바로 "김일성".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군부 정권은 가상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했던 상황.

그러나 인기있는 배우이거나 지식, 삶의 수준 등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성근처럼 무능하고 돈도없는 3류 연극 배우가 필요했던 것. 그렇게 성근은 생애 첫 주연을 맡게 되었다.

 

 

 

 

가상의 남북회담 상대 배역 김일성 만들기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연기의 기본과 감정을 가르칠 허교수, 반공불순분자로 사상을 가르칠 철주가 합세하고 이들의 동거는 계속되었다.

당장 때리는 등의 고문은 없었지만 햇볕도, 시간도 알 수 없는 답답한 공간에서의 생활.

 

배역이 끝날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거라 여겼던 성근은 뜻밖에도 출퇴근이나 외박등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계장으로부터 첫 성과금을 받아 집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와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얼굴을 봤지만, 성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

 

 

 

 

가상 회담을 잔행 할 디데이가 다가오면서 지원은 점점 좋아진다.

먹고 싶은 것은 모두 먹을 수 있고, 집과 가전 제품까지...그럴수록 배역에 대한 부담감은 성근을 무겁게 하고...

결국 부담과 압박을 견디다 못한 성근은 스스로를 진짜 김일성이라 믿게 된다.

 

하지만 기대했던 연극은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되고...

프로젝트는 해체된다.

성근에게 남겨진 것은 망상 뿐...성근의 아들 태식은 그런 아버지 때문에 인생 모든 것이 꼬이게 된다.

 

 

 

 

 

 

" 마지막까지 첫 주연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 " 과연 불행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는 가족애나 부성애 등을 그린 가족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 1970~80년대의 유신 정권과 독재 정권에서 만들어진 괴물을 소재로 한 영화도 아닐 것이다.

주연이 되고 싶은 한 무명 배우와 그에게 맡겨진 배역, 그리고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는 관객들의 해석이나 입장이 상반될 것이고, 또 감독이 의도한 대로 극이 연출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난 "나의 독재자"라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딱 하나의 생각만이 들었었다.

 

" 어쩌면 성근은 첫 주연을 평생 연기한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첫 주인공의 역할이 어쩌면 그 스스로가 더 놓치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말이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를 망친, 한 배우의 일생을 망친 정권이 원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하고 노력했던 무명의 배우.

그리고 그 역으로 평생을 연기한 그 배우는 아마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면서 죽어갔을 것이다.

영원한 주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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